[변인호의 스타트업 픽] 김상엽 젭 공동대표 “일본부터 하나씩 공략”

메타버스는 ‘확장 가상세계’로 풀이된다. 온라인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이라는 의미다. 최근 여러 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를 신사업분야로 주목하면서 관련 플랫폼은 우후죽순 생겨났다. 각 영역에서 각 기업이 갖춘 장점을 전면에 내세운 플랫폼이다. 그러다보니 게임사는 게임에 초점을 맞추고 대다수 플랫폼 기업은 SNS 기능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플랫폼 중 최근 주목받은 플랫폼은 젭의 ZEP(젭)이다. 젭은 제페토 운영사인 네이버제트와 게임 개발사 슈퍼캣의 합작법인이다. ZEP이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이유는 전시·체험행사에 특화돼 기업, 교육청 등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MZ세대가 주로 찾는 여타 플랫폼과는 확실히 다른 타깃층을 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B2C가 아닌 B2B를 지향하면서 해외 진출까지 노리고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이유다. ZEP 플랫폼의 정식 서비스 출시 후 6개월 만의 결정이다. 첫 진출 지역은 일본이다. 아직 구체적인 날짜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일본 파트너사들과 현지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젭을 스타트업 픽의 주인공으로 낙점하고 김상엽 공동대표를 만난 이유다. 김상엽 공동대표는 네이버제트에서 제페토 서비스 초기부터 신규 서비스 기획을 담당해온 기획자 출신이다. 그는 현재 ZEP 기획팀, 사업개발, 투자 등을 이끌고 있다. 올해 9월 공동대표로 취임했다.

김상엽 젭 공동대표는 “메타버스 플랫폼의 글로벌 진출은 당연한 수순이다”라며 “메타버스는 온라인으로 연결된 가상공간이기 때문에 국내서만 서비스하는 것은 본질에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상엽 젭(ZEP) 공동대표가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젭


“일본 다음은 동남아와 미국”


일반적으로 메타버스 시장은 북미 시장이 가장 크다. 메타,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테크 기업의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장이다. 그럼에도 대다수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은 북미 시장을 우선 고집한다. 하지만 ZEP은 일본을 첫 해외 진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물리적 거리다. 젭은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글로벌 시장을 크게 유럽, 동남아, 동아시아, 미주, 중국으로 구분했다. 그리고 각 시장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럽과 미주는 물리적으로 먼데다 문화권도 다르다. 동남아시아는 아직 수익화가 어렵고, 중국은 정부 규제가 위험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모회사의 노하우 공유가 가능하다는 점이 일본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다. 김 대표는 “네이버 라인이 일본에서 인지도가 높아 노하우나 네트워크 등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며 “일본부터 차근차근 하나씩 넓혀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에 이어 동남아 지역으로 진출한 후 미국으로 넓혀갈 계획이다”라며 “네이버와 라인 등 모회사 지원이 더 빠르게 서비스를 확장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상엽 젭 공동대표가 인터뷰 하고 있다. / 젭


ZEP, 네이버제트와 슈퍼캣 노하우 집약

실제 젭은 네이버제트와 슈퍼캣의 정수를 모은 효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2021년 11월 ‘ZEP’ 베타 서비스를 시작하며 출범한 ZEP은 네이버제트와 슈퍼캣의 노하우를 계승하며 빠르게 성과를 냈다. 올해 6월 기준 베타 서비스 6개월 만에 누적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ZEP 내 메타버스 공간 ‘스페이스’ 누적 참여수는 1100만회를 넘겼다.

네이버제트는 글로벌 누적 가입자 3억명을 돌파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운영 노하우를 보유했다. 슈퍼캣은 2019년 모바일 게임제작 앱 ‘네코랜드’을 만들었고, 2020년 대한민국 게임대상 인기게임상을 수상한 ‘바람의나라: 연’ 개발사다. 네이버제트와 슈퍼캣은 국내 메타버스 수요가 단기간에 급증하자 더 많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ZEP을 만들었다.

김 대표는 “2D 웹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 ZEP은 3D 앱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보다 더 가볍고, 유연하면서도 확장성이 좋다”며 “ZEP이 다른 웹 기반 메타버스 플랫폼과 차별되는 점은 최대 5만명까지 접속되는 최대 동시접속인원과 맵 커스텀 자유도가 높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앱 확장으로 웹 기반 단점 보완

ZEP은 또 앱을 만들어 웹 기반의 단점을 보완했다. 기존의 웹 기반 메타버스는 이용자가 재방문을 할 때마다 여러 리소스(자원)를 다운로드해야 한다. 하지만 앱으로 제공하면 이런 번거로운 작업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는 서비스 규모를 빠르게 키우는 배경이 됐다. 현재 ZEP에는 공식 등록 파트너사 35개사, 비공식적으로 맵을 만들어 수익을 내는 곳은 100여개에 달한다. ZEP 내 앱은 4000개쯤이 검수 신청이 접수돼 있고, 스페이스는 매월 수만개가 만들어진다.

김 대표는 “앱 기반은 스마트폰 등 기기에 각종 리소스를 다운로드받아 설치하기 때문에 사용성 측면에서 웹 기반보다 매끄러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며 “ZEP은 웹 기반이지만 앱도 개발해 웹에서 앱으로 다운로드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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