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 사업총괄 “젭(ZEP) 사업 고도화, SSG ‘오픈런’과 에듀로 확인”[인터뷰]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은 현재 유의미한 수익화를 목표로 국내외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진행 중이다. 특히 젭은 B2B(기업 간 거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더 많은 이용자 접점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판단에서다.
기업 대상 B2B 사업 우선하는 이유
김수지 젭(ZEP) 사업팀 사업개발파트장은 “지금은 당장 기업 및 공교육 기관 등 B2B 사업이 우선이라고 해도, 결국 그들이 만든 ‘젭 스페이스(젭으로 만든 메타버스 공간)’를 접하는 실질 고객은 일반 B2C 이용자일 가능성이 크지 않냐”며 “이런 전략을 통해 우선 기업 고객으로 젭에 대한 허들을 낮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B2C 고객에게 접근하는 전략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전략으로 젭은 지난해 3월 론칭 이후 삼성, LG, 롯데, 신세계, 네이버, 현대자동차, 포스코, GS건설, 넥슨 등 국내 기업과 루이비통, 구찌, 까르띠에, 맥도날드, 화이자 등 해외 기업 고객을 보유하게 됐다.
또 B2B 수익화 단계별 접근이 국내에 국한되지 않은 해외 시장 진출은 주목할 만하다. 젭은 현재 소프트뱅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일본 시장 진출을 시작한 바 있다. 모바일 이용자층이 두터운 태국도 주요 진출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유료화 모델인 프리미엄 플랜도 추후 글로벌 지역에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이 젭을 활용하는 방식은 저마다 각각 달랐다. 채용설명회나 신입 연수, 모의면접 뿐만 아니라 콘퍼런스 및 연구 포스터 세션(네이버)이나 서비스 정보 전달을 위한 게임 등의 콘텐츠(삼성전자와 BC카드) 등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이다.
IP(지식재산)를 활용한 콘텐츠나 부동산 등 실제 공간을 옮겨놓은 메타버스 공간도 찾아볼 수 있다. 드라마·오락 채널 ENA은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한 우영우의 방, 한바다 로펌 등을 젭에 옮겨놨다. 또 국립생물자원관의 생물 체험 콘텐츠를 구현하거나 GS건설의 자이 모델하우스, 롯데 자이언츠의 사직 야구장의 온택트(온라인 대면) 출정식 및 기프트숍을 구현했다. 경북도청, 제주관광협회(메타제주), 청와대, 남해 2022 그루 반려나무 심기 등 관광상품도 있다.
“SSG ‘오픈런’과 교육현장 활용, 기억에 남아”
김 파트장은 인상깊었던 사례로 SSG의 한정 상품 판매 ‘오픈런’과 공교육 부문에서 사용되는 ‘젭 에듀’를 꼽았다.
SSG 오픈런은 젭 스페이스 안에서 입장 가능한 인원수를 제한한 뒤 특정 시점에 한정판 상품 판매를 시작, 키보드 조작을 통해 소비자들이 달리기 경주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선착순 기준으로 특정 인원의 소비자만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설계하면서 오프라인 오픈런을 젭 스페이스에 구현했다.
김 파트장은 “2D 도트 아바타들이 와글와글 모여있다가 개점 시간에 달리기를 시작하도록 해 백화점 앞 명품 매장 오픈런을 구현한 마케팅 행사였다”며 “이를 젭으로 더 귀엽고, 재미있게 그리고 인터랙티브(상호작용)하게 만들어보고 싶다는 수요가 있어 진행했다. 통상 비슷한 규모 이벤트 예산의 10% 내외로 약 20만명이 참여했다는 게 의미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단순 이벤트의 재미 뿐만 아니라 이벤트 목적 달성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는 것에 주목했다.
김 파트장은 “이날 달리기를 통해 구매 페이지에 도달한 이용자 중 70%가 실제 구매를 했다”며 적은 예산으로 많은 고객을 유치한 데 이어 구매 목표에도 도달했다는 데에서 젭 내부와 기업 고객인 SSG 모두 만족해 했다”고 강조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한정판 상품을 디스플레이했을 때 실제 구매로 연결되도록 하는 것은 어려운 반면, 메타버스 오픈런을 통해 재미있는 상호작용으로 구매를 유도하며 매출 극대화 측면에서 젭이 솔루션 역할을 해냈다는 설명이다.
김 파트장은 이어 실제 커머스 부분을 고도화한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의 강남역 플래그십 스토어를 젭에 구현한 케이스도 언급했다. 그는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공간을 그대로 만들어놓고 클리니크, 바이레도 등 브랜드 페이지에 입장하도록 했다”며 “게임을 하면서 쿠폰도 받아가 수 있도록 했다. 당시 한달 간 누적 50만명 가량이 해당 스페이스를 이용했는데, 파트너사가 목표로 했던 MZ세대 고객, 즉 2030 이용자 비중이 컸다”고 강조했다.
초·중학교 교사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보재로 이용하는 젭 에듀 역시 젭의 대표적인 활용 예시다.
김 파트장은 “똑같은 수학 퀴즈도 방탈출 등 재미있게 퀘스트를 풀 듯 만들 수 있다”며 “학생 입장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젭 스페이스에 모여 문제풀이가 가능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젭 에듀는 같은 공간에 있어도 프라이빗 공간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간을 나눌 수 있는 점 또한 실제 학교에 모여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젭 에듀 이용자층이 두터워진 이후에는 젭 에듀 교사 커뮤니티도 활성화됐다.
김 파트장은 “커뮤니티에서 자발적으로 젭 교보재를 만들어 배포하는 교사 앰베서더도 있다”며 “향후 개발팀에서 AI(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고도화를 진행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행동 발달 작성 업무 등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보고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기업 뿐만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교육 부문에서 메타버스나 AI 기술을 활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싶어한다”며 “젭 스페이스를 탬플릿화해 공교육 종사자들이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덧붙였다.
김 파트장은 B2B가 아닌 B2C 이용자에게 실생활에서 젭을 재미있게 활용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그는 “웹사이트를 통해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지만, 코딩을 몰라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젭의 특장점”이라며 “실제 내 동료 중에는 토익 시험을 준비하며 5분 만에 젭을 이용해 영어단어 퀴즈를 만든 적이 있다. 지옥불 같은 맵을 만들어 불구덩이를 피하며 단어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를 공유하고 소통하는 모습을 보며 좋은 기능이라고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파트장은 젭의 목표에 대해 “현재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나 누적 가입자 등 특정 수치 대신 글로벌 지역 B2B 고객을 대상으로 한 수익화에 집중하고 있는 단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개인적인 목표에 대해 “10년 이상 테크 기업에서 마케팅 업무를 맡다보니 소셜 플랫폼의 영향력이 크다고 느끼고 있다”며 “소셜 러닝(SNS를 결합한 교육) 효과가 큰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이 단체에서 보이는 행동 양상을 탐구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 파트장은 또 “대학원에서 사회심리학·행동과학을 공부한 것도 이 때문”이라며 “이런 면에서 젭의 수익화 사업 개발을 통해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을 분석하고 제품을 고도화하고,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그런 부분에서 한 개인으로서 일조하고 싶다”고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