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지 젭 사업총괄 “엣지 케이스 발굴, 메타버스 수익화 출발점”①[인터뷰]
메타버스(3차원 가상세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되는 가운데, 여전히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뒤를 잇는 가상현실 공간의 주류가 될 것”이라는 슬로건으로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 있다. 바로 게임 개발사 슈퍼캣와 네이버제트가 협업해 지난해 3월 출시한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이다.
젭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서비스 경험을 가진 네이버제트와 모바일 게임 ‘바람의나라: 연’ 등으로 잘 알려진 개발사 슈퍼캣의 도트 그래픽 이미지와 RPG(역할수행게임) 개발력이 더해진 것이 특징이다. 5만명 동시접속이 가능하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뿐만 아니라 데스크탑 웹, 모바일 웹, 태블릿 등 크로스플랫폼으로 프로그램을 별도로 설치하지 않고도 사용할 수 있다.
젭은 출시 이후 1년 간 이용자 확보와 시장 선점 효과를 위해 초기에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택했다. 초기 플랫폼 스타트업의 방식을 유사하게 따르면서 시장에 자리잡는 데 주력한 것이다. 젭은 출시 1년이 지난 올해 6월 기준 누적 사용자 600만명,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100만명을 달성하며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
성장성을 확인한 젭이 선택한 두 번째 플랜은 수익화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해 수익화하며 메타버스의 실용성을 증명하는 단계를 시작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젭은 지난달 21일 프리미엄 플랜(월별 구독 모델)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수익화에 도전했다.
“와글와글” 귀여운 2D 메타버스, 1년 간 수치로 증명한 사업성
<블로터>는 경기도 성남시 슈퍼캣 본사에서 김수지 젭(ZEP) 사업팀 사업개발파트장을 만나 메타버스 플랫폼 젭의 상용화, 특히 국내외 글로벌 시장에서 수익화 가능한 메타버스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수지 파트장은 “젭이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태국, 미국, 유럽까지 진출 범위를 확장하면서 마케팅부터 세일즈까지 수익화에 대한 구조를 잡는 사업개발을 맞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김 파트장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마케터다.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런전정치경제대학교 MSc(Master of Science) 사회심리학, 행동과학을 전공한 마케터다. 그는 2013년 네이버 SMB 교육 컨텐츠 개발 담당을 시작으로 구글코리아 마케팅 매니저(구글 플레이), 카카오 음악사업부문 브랜드/서비스 마케팅, 틱톡 프로덕트 마케팅 매니저(글로벌 마케팅), 쿼타랩 마케팅 총괄(VC, 국내외 B2B)을 거쳐 올해 초 슈퍼캣 젭 사업팀에 합류했다.
그는 글로벌 및 B2B(기업 간 거래) 업계의 마케터 경험을 살려 젭의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특히 그는 10여 년간 플랫폼 업계 마케팅을 담당한 것과 달리 젭에 합류하면서 활동 영역을 넓혀 사업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는 메타버스에 대해 “여러 상호작용이 가능해 네크워크 효과가 있는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메타버스가 틱톡 등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로벌 마케터로 활동한 김 파트장에게 있어 젭은 ‘확장성이 큰 메타버스’였다. 동시접속자 5만명을 수용가능한 젭이 모여있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용자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란 의미다.
실제 젭의 네트워크 효과는 수치로 증명되고 있다. 출시 8개월 간 젭으로 생성된 메타버스 스페이스는 35만개며, 스페이스 누적 참여수는 1300만회에 달했다. 이를 통해 생성된 오픈 채팅 전송 건수는 1억6500만건이며 비디오 채팅 또한 140만회 진행됐다.
특히 그는 젭에 대해 설명할 때 ‘와글와글’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2D 도트 형식의 2등신 캐릭터가 젭 스페이스 안에 모여있는 이미지인 동시에 이미 많은 소비자, 기업들이 사용하고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 표현이었다. 실제로 삼성, LG, 롯데, 신세계, 네이버, 넥슨, 넷마블, 하이브 등 기업과 서울대학교 등 국내 대학교 등 단체들이 젭의 고객이다.
젭(ZEP)이 잘 하는 것, ‘특장점’을 찾아라
김 파트장은 올해 초 젭에 합류하면서 젭의 특장점을 발굴해야 하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그는 “입사 당시는 젭이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좀 안 된 시점으로, 사용자들이 젭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관찰하는 단계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이어 “그 때까지는 젭이 ‘모두를 위한 메타버스’를 표방해왔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모두보다는 ‘뾰족한 엣지(edge) 케이스’가 필요했다”며 “젭을 사용하면서 특정 분야, 특정 주제로 활용할 때 젭을 필요로 했던 케이스를 발굴해야 했다”며 젭이 변화를 앞두고 있었음을 설명했다.
그가 젭에 합류한 후 처음 시도한 건 원격 근무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기능을 담은 메타버스 오피스 원격 도구 ‘젭 오피스’와 ‘젭 라운지’였다. 재택근무를 철회하는 기업이 늘어났지만 메타버스 오피스는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코로나19 엔데믹이 논의되는 때였지만 여전히 메타버스를 활용한 기업 사내 행사에 대한 수요가 있었다”며 “이를 통해 이용자를 확보하는 동시에 실제 매출로도 이어지는 사례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젭 오피스와 라운지는 국내에서는 많은 이용자를 확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반전을 일으켰다. 김 파트장은 “일본과 미국에서 오피스가 인기를 얻었다”며 “이를 계기로 젭 오피스 외에 타운홀 미팅, 채용설명회 등을 진행할 수 있는 젭 라운지의 성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작은 경험들이 프리미어 플랜으로 수익 모델이 고도화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와 해외 시장, 기업과 개인 소비자 등 모든 이용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조금씩 도전해가며 만들어가는 사례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의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는 의미다.
김 파트장은 “과거 빅테크 플랫폼에서 마케팅, 특히 스타트업 B2B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프로덕트를 세일즈한 경험이 젭의 수익화에 많이 활용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와 B2B, 프로덕트 수익화까지 해 온 경험을 토대로 봤을 때, 젭은 문제해결 능력이 가장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사업개발에 있어서도 빠른 사이클에 적응하면서 유연하게 목표를 향해 가야하기 때문에, 실행력 또한 매주 중요하다고 느꼈다. 과거 내 개인 이력을 토대로 젭을 성장시키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