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워야 한다는 원칙으로 만드는 회사, ZEP 대표 김상엽님의 이야기

ZEP 대표 김상엽님은 제품을 만드는 일과 회사를 만들어가는 일을 따로 보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처음 마주하는 순간부터 구성원이 일하는 방식까지, 모두가 쉽게 접근하고 자기 일처럼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기획자로 제품을 바라보던 경험은 지금도 제품의 방향을 고민하는 기준이 되고, 구성원들과 함께 회사를 만들어가는 경험은 ZEP의 색깔을 구체화하는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쉬움’과 ‘주도성’이 실제 장면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 들었습니다.

메타버스 제품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 ZEP QUIZ를 사용하는 학생들의 편지가 남긴 마음, 그리고 구성원이 자기 일처럼 의견을 내는 회사의 모습까지. 김상엽님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ZEP이 만들고 싶은 제품과 일의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고객의 눈높이에서 지키는 ‘쉬움’

제품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쉬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용하기 쉬워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고, 심리적으로도 접근하기 쉬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상 공간이나 메타버스는 아직 모든 사람에게 익숙한 제품은 아니기 때문에, 처음 봤을 때 새롭고 흥미로워도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면 계속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말하는 쉬움은 기능을 단순하게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용자가 시작하기 전부터 느끼는 부담을 낮추고, 처음 화면을 마주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만드는 사람에게는 익숙한 흐름도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드는 사람에게 쉬운 제품과 고객에게 쉬운 제품은 다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제페토에서 일할 때, 메타버스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입구에만 머무는 장면을 본 적이 있습니다. 조작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었어요. 만드는 사람은 이미 제품의 구조와 사용법을 알고 있지만, 고객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쉽다고 생각해도 고객은 쉽게 생각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그때 분명히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품을 판단할 때도 익숙한 사용자의 기준에 머물지 않으려고 합니다. 정말 IT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쓸 수 있는지, 처음 제품을 접한 사람이 어디에서 멈출 수 있는지를 생각합니다. 저에게 ‘쉬움’은 제품을 만드는 사람이 고객의 자리로 이동해보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정말 IT를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제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제품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기준을 내부의 익숙함이 아니라 사용자의 경험에 두겠다는 뜻입니다.

학생의 편지가 다시 보여준 제품의 이유

가장 기억에 남는 사용자 경험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ZEP QUIZ가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학생들이 삐뚤삐뚤한 글씨로 편지를 보내줬습니다. 그동안 10대가 대상인 제품을 여러 번 만들었지만, 기획자로서 사용자를 완전히 공감하기는 어려워 많이 연구하고 의견을 들어야 했어요. 내가 만든 제품을 누가 어떻게 느끼는지는 화면이나 데이터만으로는 모두 알기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의 편지는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선명하게 느끼게 한 장면이었습니다. 서비스 안에서 보이지 않던 사용자의 마음이 직접 전해졌고, ZEP QUIZ를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내가 만드는 제품의 사용자가 이 제품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뿐 아니라 임원진을 포함해 모두가 감동했던 순간입니다.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자의 반응을 가까이서 확인하는 일이 얼마나 큰 동력이 되는지도 알게 됐어요.

그 경험은 제품을 바라보는 기준에도 영향을 줬나요?

우리가 만드는 것을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학생들이라는 점을 더 분명히 느끼게 됐습니다. 회사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학생들에게 좋지 않은 방향을 밀어붙이지 말고, 이들이 더 좋아질 수 있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놓지 않게 됐어요.

이 기준은 거창한 선언이라기보다, 제품을 결정하는 순간마다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사용자의 나이와 환경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실제로 제품을 쓰는 사람에게 어떤 경험으로 남을지 생각하는 것. 학생들의 편지는 김상엽님이 제품을 대하는 이유를 다시 확인하게 한 계기가 됐습니다.

함께 일하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색깔

다니고 싶은 회사는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다니고 싶은 회사의 조건은 다를 겁니다. 사무실이나 급여처럼 일반적으로 선호하는 조건도 있지만, 단기간에 크게 바꾸기 어려운 부분도 있죠. 그래서 저는 회사만의 색깔을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색깔이 명확하면 그 색깔의 회사를 다니고 싶은 사람들이 오고, 맞지 않는 사람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됩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맞는 회사를 만들기보다, 우리가 어떤 분위기와 방향을 지향하는지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영진의 역할을 회사의 가치를 높이는 일과 구성원이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일로 함께 보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전자에 더 무게를 뒀다면, 지금은 후자도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회사의 색깔을 분명히 하는 일은 ZEP과 잘 맞는 사람들이 함께 일하기 위한 과정이기도 합니다.

ZEP의 색깔을 하나의 색으로 표현한다면요?

지금 ZEP의 색깔을 굳이 말하면 보라색에 가깝습니다. 힙하고 재미있는 것을 지향하면서도 너무 차갑지 않고 따뜻한 분위기요. 한 가지 색으로 표현한다는 것은 다른 색을 배제한다는 의미라기보다, ZEP이 어떤 회사인지 구성원과 지원자에게 더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한 표현에 가깝습니다.

약 1년 반 전 컬처 활동을 하면서, 경영진은 ‘우리 회사는 이런 회사입니다’라는 색깔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회사의 문화는 문구 하나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싶은지 계속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집니다.

주도성이 만드는 재미있는 일

ZEP에서 일하며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멤버들이 정말 자기 일처럼 생각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기획·개발·사업처럼 각자 맡은 일이 있지만, 가끔 ‘이렇게까지 자기 일처럼 생각한다고?’ 싶은 순간들이 있어요. 같은 의견을 내더라도 내가 맡은 일이라는 마음으로 내는 의견과 결국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내는 의견에는 차이가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고객에게 감동을 주거나 상을 받는 일도 보람 있지만, 일상적으로 사무실에서 구성원들이 제품과 회사를 자기 일처럼 바라보는 모습을 볼 때 더 지속적인 보람을 느낍니다.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전체를 함께 생각하는 태도가 쌓일 때, 회사를 좋은 곳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새로 합류하는 동료가 가장 먼저 이해하면 좋을 태도는 무엇인가요?

우리 컬처에서 늘 첫 번째로 이야기하는 것은 주도적인 태도입니다. 주인의식과도 연결되는데, 저는 그것이 ZEP의 가장 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일처럼 느끼고 적극적으로 움직일 때 일이 재미있어지고, 회사에도 좋습니다.

주도성은 모든 일을 혼자 결정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내가 맡은 일을 어떻게 더 나아지게 할지 생각하고, 필요한 의견을 내고, 원하는 방향을 만들기 위해 움직이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자신의 역할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일의 방향에 참여할 때 일에 대한 감각도 달라집니다.

일을 좋아하려면 ‘내가 이 일을 컨트롤하고 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자기효능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일의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느낄 때, 일은 해야만 하는 과제가 아니라 더 나은 결과를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이 됩니다.

제가 만들고 싶은 세상은 ZEP이라는 회사만이 아니라 그런 세상입니다. 적어도 ZEP을 다녔던 사람들은 일을 대할 때 내가 이 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방향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습니다.

사용자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구성원이 자기 일처럼 움직이는 회사를 만들어가는 일. 김상엽님과의 인터뷰는 제품의 ‘쉬움’과 조직의 주도성이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라, ZEP에서 제품과 일을 대하는 기준을 함께 이루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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